1100만 도시 우한, 절반이 빠져나간다… 기차표 매진 – 조선닷컴


입력 2020.01.23 03:00

[중국 폐렴 진원지를 가다] 우한 시민들 “이번 사태 핵심은 당국의 늑장 대처”

당국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말라”, 시민들은 “이미 공포의 도시”
거리엔 의료용 장갑 낀 사람도

지역 병원 하루 600명 환자 몰려… 확진 543명, 사망 17명으로 급증
여자 축구올림픽 예선 장소 변경








박수찬 특파원
우한=박수찬 특파원

22일 오전 중국 우한(武漢)의 화난(華南) 도매시장. 경비원 십여 명이 10m 간격으로 문 닫은 상가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500여명의 감염자를 낸 우한 폐렴의 진원지다. 중국 당국은 이곳에서 팔던 야생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지난 1일 시장을 폐쇄했지만 그 후로도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경비원과 방범카메라를 동원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기자가 다가가자 경비원들이 “물러서라”고 했다.

시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우한 진인탄(金銀潭)병원도 일반인 접근이 통제되고 있었다. 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이 격리 치료를 받는 병원이다. 환자 가족도 매일 한 차례 필요한 물건을 전달할 때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시작된 우한에는 22일 겨울비가 내렸다. 지하철에 탄 사람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면장갑이나 의료용 고무장갑을 낀 사람도 보였다. 감염 공포 때문이다. 우한과 주변 후베이성 일대에서 지금까지 444명이 우한 폐렴에 감염돼 17명이 사망했다. 우한시는 이날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후베이성 성도(省都)인 우한은 인구 1100만명으로 내륙 교통의 요지다. 하지만 우한 중산 공원 근처의 대형 쇼핑몰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24~30일)를 앞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1층 여성복 코너, 지하 1층 아동복 코너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쓴 직원들만 가게 앞을 서성거렸다. 쇼핑몰 1층에서 음식점을 하는 저우모씨는 “작년이랑 너무 달라 초현실적”이라고 했다. “작년 춘제 이틀 전날엔 손님으로 복도가 가득 찼는데 올해는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회사원 왕천씨는 “최근엔 무서워 외출도 안 한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시민들에게 “특별한 일 없으면 외부인은 우한에 들어가지 말고, 우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다. 국영기업이 나서서 우한을 오가는 기차표·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사람에게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관영 매체는 우한 귀향을 포기한 시민의 모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우한 기차역 가는 지하철 - 22일(현지 시각)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한커우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귀향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늘면서 우한 시민들의 감염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 화난(華南) 도매시장은 통제돼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됐고, 대형 쇼핑몰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우한 기차역 가는 지하철 – 22일(현지 시각)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한커우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귀향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늘면서 우한 시민들의 감염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 화난(華南) 도매시장은 통제돼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됐고, 대형 쇼핑몰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우한=박수찬 특파원

이날 오전 우한 국제공항에서 우한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 정류장에는 손님이 두 명뿐이었다. ‘빈차’ 표시를 켠 택시 백여 대가 줄지어 있었다. 택시 기사 왕모씨는 “이틀 전부터 손님이 확 줄었다”고 했다.

우한을 빠져나가려는 쪽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날 우한 한커우 기차역 앞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남은 기차표를 알려주는 전광판에도 온통 매진 표시가 떴다. 우한시는 이번 춘제 연휴 기간 500만명이 우한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폐렴이 급속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한시는 외부로 나가는 단체 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개별적으로 도시를 빠져나가는 인파에 대해선 발열 여부만 검사하고 있다. 한커우역과 우한 국제공항 등에는 지난 14일부터 적외선 체온계를 설치해 24시간 발열 환자를 감시하고 있다. 직원이 모니터를 보다가 체온이 높게 표시되는 사람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이 검사를 통해 몇 명이 이동을 제한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중국 매체는 이날 한커우역의 발열 검사와 검역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한커우역에서 기차표를 취소한 사람이 20일 1900여 명, 21일 2800여 명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 인터넷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 안팎으로의 이동을 완전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을 뜻하는 ‘어( )자’ 번호판을 단 차량은 마을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커우역에서 만난 장위펑씨는 “나는 열도 안 나고 일 년에 한 번 가는 고향인데 무작정 우한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기차를 타고 이날 허베이성 고향집으로 향했다.

이날 만난 일부 우한 시민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우한시 당국의 늑장 대처”라고 했다. 퇴직 교원이라는 청모씨는 “이번 일 터지고 우한시가 먼저 제대로 밝힌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사람 간의 전염, 의료진 감염도 모두 중앙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밝힌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감염 문제가 터진 후에도 지역신문에서 지적하기 전까지 시장(바이러스가 시작된 화난 도매시장)이 그대로 운영됐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염자가 늘면서 우한 시민들의 감염 공포는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차역, 병원 등 공공시설은 물론 호텔 등 일반 상업시설에서도 발열 검사를 하는 곳이 나타났다. 이날 기자가 우한 시내 한 호텔로 들어가려 하자 마스크를 한 직원이 막아섰다. 그는 적외선 체온계를 기자 이마로 향한 다음 체온이 37.7도가 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길을 터줬다. 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프런트로 다가가자 마스크를 한 여직원도 체온계부터 기자 이마에 들이댔다.

기자가 찾은 우한 셰허병원에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는 환자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우한 퉁지병원에도 발열 환자가 하루 600명 이상 몰려 새벽 2시에도 대기실이 만원이라고 했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세는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22일 오후 11시 현재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543명이며 사망자는 17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확진 환자는 252명, 사망자는 11명 늘어났다. 아시아축구연맹은 다음 달 초 우한에서 열 예정이었던 여자축구 올림픽 예선전 장소를 난징(南京)으로 바꿨다. 대만 중화항공은 2월 10일부터 27일까지 타이베이~우한 노선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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