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룟 유다부터 백부장까지, 예수님 만난 11명이 본 ‘십자가’ : 문화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마리아: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베드로: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가룟 유다: 십자가에 못박는 인간 본성




십자가에서

십자가에서

리처드 보컴, 트레버 하트 | 김동규 역 | 터치북스 | 240쪽 | 14,000원

고난주간과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경건의 시간, 그 주인공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까지, 당신의 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십자가에서(At the Cross)>는 2천 년 전,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예수님을 만났던 열한 명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향유를 깨뜨린 마리아와 예수님을 팔아넘긴 가룟 유다, 세 번 부인한 베드로 등 주요 인물들부터, 대제사장 가야바와 로마의 총독 본디오 빌라도 등 십자가형을 이끈 사람들, 바라바와 구레네 시몬, 백부장 같은 주변인까지 망라하고 있다.

책의 설명처럼 복음서의 서사는 의도적으로 절제하면서 필수 요소들만 설명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상상에 맡김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한가운데 들어오도록 초청한다.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궁핍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가난한 자들과 더 깊이 연대하고 하나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십자가로 걸어가신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그분이 가장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신 하나됨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기억해야 할 여자 베다니 마리아).”

“가룟 유다는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역할을 어쩌다 맡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구원 드라마에 배신자 역할이 필요했지만, 그게 꼭 가룟 유다일 필요는 없었다. 가룟 유다는 인간에게 찾아오신 하나님을 거절하고 십자가에 못박히게 한 인간 본성을 대표하고 상징할 뿐이다(배신자가 된 사람 가룟 유다).”

“우리의 실패가 하나님의 기회이며, 언제나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그동안 추구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닌, 우리 자신의 계획과 뜻이었음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 우리가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 앞에서 능력과 무능력, 기대와 열망 모두를 내려놓는 것이다(실패자 베드로).”

“하나님이 골고다의 어둠을 이길 만큼 크신 분이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 끔찍한 어둠에도 불구하고 골고다 언덕 그 자체가 다른 무엇보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성품을 더욱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은 예수님의 죽음이라는 고통과 연약함 가운데서 가장 온전히 계시된다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십자가 앞에 선 뜻밖의 증인 백부장).”





십자가 제임스 티소 구원자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 ‘우리의 구원자는 십자가 위에서 무엇을 보았는가(What Our Lord Saw from the Cross)?’ 책의 표지 그림이다.

열한 명의 이야기를 담은 각 장 마지막에는 ‘기도와 묵상을 위하여’를 통해 고난주간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고 독자들이 스스로 기도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각 장을 시작하며 헬렌 퍼스(Helen Firth)가 각 인물에 대해 새긴 ‘판화’는 주제와 내용을 잘 드러낸다. 표지 그림인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우리의 구원자는 십자가 위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부터 책 내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명한 신학자인 저자들이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교회에서 1996-1997년 2년간 예배를 인도한 내용을 토대로 했으며, 다른 작가들의 글도 인용하면서 묵상을 돕고 있다. 각 장이 길지 않지만 깊이가 있어 하루에 한 장씩 읽으면서 고난주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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