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영향 3300ha…축구장 4620개 규모, 10년내 최대


경북 울진 일대에서 4일 대형 산불이 발생해 주택 22채가 불에 타고 주민 39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불은 이날 오후 한 때 한울원자력발전소까지 위협했지만 원전은 안전한 상태라고 당국은 밝혔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산불은 순간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고, 최초 발화지점에서 약 10㎞ 떨어진 7번 국도를 가로질러 해안 쪽과 강원 삼척까지 확산됐다.

산불은 해안에 있는 한울원전 코앞까지 번졌다. 이날 오후 불티가 원전 구역으로 날아들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방재시스템을 가동해 진화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은 안전한 상태고 방사능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산불로 변전소 선로가 자동으로 정전되면서 인근 한수원 사택에 마련된 20대 대선 사전투표소는 오후 1시 30분부터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전국 소방동원령 1호와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동하고 소방차 140여 대와 소방헬기 11대 등을 투입해 진화에 총력을 펼쳤다. 특히 바닷물을 방수할 수 있는 대용량방사포 2기를 울산에서 한울원전과 강원 삼척 LNG 기지로 옮겨 각각 배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우선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울진산불, 초속 25km 바람타고 확산…3시간만에 11km거리 원전까지 위협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돼 급히 뛰어 나왔다. 가족들을 데리러 집으로 뛰어가는데 어마어마한 불길과 연기에 너무 놀랐다.”

4일 오후 2시경 경북 울진군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사무실이 갑자기 정전됐다. 울진 일대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인근 변전소 선로가 자동으로 정전된 것. 한울원전본부는 “산불이 번지고 있으니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대피하라”고 지시했고, A 씨는 바로 사택으로 달려가 남편, 아이와 함께 바닷가 인근 숙박업소로 대피했다.

A 씨는 “불길이 7번 국도를 넘어 차를 덮칠 듯이 달려들었고, 겁먹은 아이들을 달래느라 혼비백산하며 대피했다”며 “불길이 사택까지 덮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경북과 강원 지역에 건조경보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순간풍속 초속 25m의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날 축구장 700배에 달하는 500㏊의 산림이 화마에 휩싸이면서 주택 22채와 창고 5채, 비닐하우스 4채가 불에 탔고, 주민 3900여 명이 매캐한 연기를 뚫고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특히 산림을 태운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자 7번 국도는 차량 운행이 통제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오후 2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소방헬기 11기를 총동원해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소방청도 이날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4차례에 걸쳐 발령하고 전국의 소방력을 총동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한 건의 화재로 동원령 1호가 4차례 연속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육군 50사단과 포항해병대 등도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산불은 강력한 남서풍을 타고 3시간여 만에 직선거리로 11㎞ 떨어진 한울원전까지 확산됐다. 한울원전은 자체 소방대를 출동시켜 진화했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출력을 50%만 가동했다. 소방당국은 대용량방사포시스템 등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원전 주변에 방호선을 구축하며 확산을 막아냈다. 한수원 측은 “한울원전 5기는 모두 안전한 상황”이라며 “송전 계통의 안전이 확보되면 출력을 회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불이 이날 저녁 강원 삼척까지 번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소방당국은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삼척 주민 600여 명도 이날 저녁 긴급 대피했고, 소방청은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LNG 기지 인근에 방호선을 구축했다.

이날 산불로 한울원전 사택에 마련된 3·9대선 사전투표소가 오후 1시 반경 정전돼 투표가 중단됐다. 오후 4시부터 전기가 들어왔지만, 투표소에도 대피령이 내려져 사전투표가 사실상 중단됐다. 울진군선관위는 “5일 사전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진=명민준기자 mmj86@donga.com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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