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복싱 하는 前 ‘얼짱골퍼’ 최나연, 골프채 놓고 글러브 낀 까닭은?[이헌재의 인생홈런]|동아일보


최근 킥복싱의 매력에 푹 빠진 전 프로골퍼 최나연. 최나연 제공최근 킥복싱의 매력에 푹 빠진 전 프로골퍼 최나연. 최나연 제공

‘얼짱 골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최나연(36)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스스로를 전 프로골퍼이자 유튜버라고 소개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몇 해 전부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9만 여명이나 된다.

9개월 넘게 투어를 다니고 나머지 3개월은 전지훈련 등으로 보내는 골프 선수 생활을 마쳤으니 그는 좀 한가해졌을까. 최나연은 “백수가 됐는데 오히려 선수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유튜브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데 물론 시간이 든다. 하지만 그가 정작 쉴 새 없이 바쁜 건 운동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그는 킥복싱을 시작했다. 친오빠를 따라 체육관에 갔다가 재미있어 보여 하게 됐단다.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날리고, 발길질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좋아했다는 그는 “평생을 했던 골프는 다소 정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뭔가 좀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무척 재미있다. 골프 칠 때보다 훨씬 땀이 많이 나서 그런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골프 선수 시절에도 최나연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고, 필라테스도 했다. 하지만 목적은 오직 하나. 골프 스윙을 좀더 원활하게 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그는 각종 역동적인 운동에 빠져들었다. 겨울에는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열심히 탔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테니스도 배웠다. 조만간 축구도 시작해볼 생각이다. 최나연은 “스키와 테니스를 하면서 스스로가 ‘몸치’라는 걸 느꼈다. 몸이 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더라. 돌이켜 보면 골프가 가장 쉬웠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의 인생홈런]50대 중반에 시속 130km 씽씽… 세월에 지지 않는 구대성

최나연(오른쪽)이 스키장에서 친했던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나연 제공최나연(오른쪽)이 스키장에서 친했던 동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나연 제공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최나연은 단짝 친구인 김하늘(35)과 함께 몸을 멋지게 가꾼 뒤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 프로필’을 찍기로 했다. 약 100일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 5월에 사진을 찍는다.

최나연은 이미 2년 전에 보디 프로필을 촬영한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김하늘이 함께 해 볼 것을 제안해 자신의 두 번째 보디 프로필을 찍게 됐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고생 아닌 고생”이다.

하루 식단은 1200kcal를 넘지 않아야 한다. 운동은 매일 쉬지 않는다. 간단한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매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1주일에 4번 이상 한다. 최나연은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스스로도 의아할 때가 있다”면서도 “은퇴 후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게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2021년  초 최나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보디 프로필 사진.  복근이 뚜렷하다. 최나연 인스타그램2021년 초 최나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보디 프로필 사진. 복근이 뚜렷하다. 최나연 인스타그램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 최나연은 “은퇴 후 골프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런데 골프 시즌이 시작되고 동료 선수들이 하나 둘 미국에 가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공허감 같은 게 몰려왔다”며 “그래서 지금 바쁘게 지내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나보다 1년 먼저 은퇴한 (김)하늘이가 나를 그냥 놔두지 않고 계속 뭘 같이하자고 하는 게 그런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선수 때도 비슷했다. 투어 프로들은 수면이 중요하다. 일찍 티오프를 할 경우도 많지만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쉽지 않다. 당시에도 최나연이 선택한 방법은 몸을 좀 힘들게 하는 거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운동을 저녁에 하는 편이었다. 골프 연습을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렇게 몸을 피곤하게 한 뒤 샤워를 하고 나면 잠을 푹 잘 수 있었다”고 했다. 공허함과 잡생각을 없애는 데는 운동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프로 골퍼 시절의 최나연. 송곳같은 아이언샷을 앞세워 LPGA 투어에서 9번이나 우승했다. 롯데 제공프로 골퍼 시절의 최나연. 송곳같은 아이언샷을 앞세워 LPGA 투어에서 9번이나 우승했다. 롯데 제공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세계적인 선수였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주말 골퍼들에게 주는 팁을 물었다. 그의 말한 2~3타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은 ‘내려놓기’였다.

“골프는 실수를 줄여야 스코어가 좋아지는 종목이다. 티샷을 미스 했을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프로들도 ‘티샷을 미스하면 보기로 막는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이버를 잘못 친 뒤 파를 잡으려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면 트리플이나 양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두 번째 샷을 어떻게든 그린 주변으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치는 게 좋다.”

이 밖에 스윙 등 골프의 기술적인 부분들은 최나연의 유튜브 채널 ‘나연이스백’을 찾아보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Read Previous

시진핑 '복심' 리창, 국무원 총리로 선임

Read Next

"러시아 용병, 바흐무트 동부 대부분 장악"…우크라이나군 보급로 위태 '고립 위기'

Don`t cop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