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수처, 게슈타포나 할일 해” 朴 “통신조회, 영장에 기초”


공수처, 윤석열 통신자료 조회 파장

출근하는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9일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로 출근하는 모습. 이날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통신 자료를 조회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등 수사기관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의 통신자료를 여러 차례 조회한 것으로 29일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어찌 됐든 영장에 기초한 집행”이라며 합법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국민의힘 의원이 78명으로 늘어난 데다 윤 후보와 김 씨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은 총공세 모드에 들어갔다.

○ 尹 “저와 처, 누이까지 사찰당해”

윤 후보는 이날 하루 종일 공수처의 통신 조회 관련 비판 메시지를 내놓으며 문재인 정권을 정조준했다. 윤 후보는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저와 제 처,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당했다”며 “자기들이 맨날 비판하던 과거의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나 있던 짓”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이 공수처를 만들려고 국민들을 얼마나 속였나. 사찰 정보기관을 왜 두겠나. 부패해서 걸릴 게 많기 때문”이라며 “제가 볼 때는 대선도 필요 없고 이제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는 게 정답”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앞서 페이스북에는 “대통령이 되면 공수처의 불법 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공수처가 게슈타포(독일의 비밀경찰)나 할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민주정부를 가장한 현 정권의 엽기적인 행각”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임태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본부장은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비판적인 사람은 민간인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혈세를 도둑질하는 아주 나쁜 조직”이라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구속돼야 마땅하고 당장 감옥 보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도 제기했다. 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한 청년단체가 통신정보 조회를 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탈북단체를 후원했다는 이유로 금융계좌가 조회당했다”고 했다.

이날 여야는 30일 김 처장이 출석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불법 사찰’이라는 주장에 “(공수처의) 불법 사찰이 있었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통신자료를 조회한 게 어떤 성격인지 알아야 하기에 사실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 후보 4개 사건 피의자… 통신자료 조회는 적법”

공수처는 윤 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 등 4개 사건에서 피고발인으로 입건돼 있는 만큼 수사 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인 김 씨도 윤 후보뿐만 아니라 한동훈 검사장 등과 통화한 기록이 많은 만큼 피의자와 통화한 인물을 특정하기 위해 조회했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윤 후보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윤 후보 발언 관련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고발인에 대해 처벌 의사가 있는지 묻기 위한 목적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올해 모두 5차례 윤 후보를 조회했는데 검찰이 윤 후보와 그 가족 관련 수사를 여러 건 진행해온 만큼 통화기록 확인 차원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도 이날 국민의힘의 사찰 주장에 대해 “오랫동안 언론이나 일각에서 지적하니 공수처 쪽에서 적절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부실 수사 등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수처의) 수사 현안, 존폐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없다”며 “다만 수사 노하우 등을 지원할 수 있고, 원하신다면 (검사) 파견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울진·안동=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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