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부의 초상화 공개가 특별한 이유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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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3 19:26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특별한 초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퇴임한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하고 갤러리에 소장하는 일은 미국에서 의례적인 행사로 통하지만 최초의 흑인 대통령 부부라는 상징성과 흑인 작가가 작업을 맡은 점 등의 요인이 인종문제를 부각시키며 오바마 부부의 초상화가 정치적인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갤러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여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들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초상화에 씌워져있던 가림막이 벗겨지자 “정말 잘 그린 그림이다”라며 탄성을 질렀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갤러리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공개하는 자리에 참석했다./CNN 캡처

최근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 공개 행사는 정계와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NYT는 “최근 공개된 (대통령의) 초상화들은 너무 평범해서 퇴임한 대통령의 새 초상화를 만들어 전시하는 전통이 의례적인 절차로 전락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는 달랐다. 이 부부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초상화가 스미스소니언에 소장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들의 초상화를 그린 작가들 모두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요인 때문에 오바마 부부의 초상화는 그 자체만으로 미국의 과거와 현재의 인종문제를 상기시기는 정치적인 이슈가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 오바마가 직접 선정한 흑인 작가…역대 美 대통령 초상화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초상화를 완성할 작가로 흑인 작가를 선정한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이 작가들이 작품을 기존 대통령들의 초상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 또한 파격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여사의 초상화를 맡은 작가는 각각 케힌데 와일리와 에이미 셰럴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선정했다. 두 작가는 모두 흑인 출신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과거 작품에 담아냈고, 기민하게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번 초상화를 완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와일리는 힙합 스타일로 차려입은 흑인 남성들을 유럽 귀족 초상화풍으로 ‘반전’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작업에서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검정색 정장을 입은채 왕좌에 앉은 전형적인 대통령의 초상화 방식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그림 속 그의 경직된 자세나 고뇌하는 듯한 표정은 이전 대통령들의 초상화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는 중인 듯한 모습으로 묘사됐다”고 분석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18년 2월 12일(현지 시각)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초상화 공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다./CNN 캡처

와일리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역사를 초상화에 담은 것 또한 기존 초상화 방식과 다른 부분이다. WP에 따르면, 와일리는 초상화의 배경을 푸르고 화사한 꽃들로 가득 채웠다. 그림 속 꽃들 중 자스민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태어난 하와이를 상징하고, 아프리카 청백합은 그의 아버지인 케냐 지역을 상징한다. 국화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치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시카고의 상징 꽃이다.

셰럴드가 그린 미셸 여사의 초상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뚜렷하고 화려한 색채의 초상화와는 달리 전반적으로 회색 톤의 무채색으로 표현됐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셰럴드는 인물을 묘사할 때 기존의 정해진 색깔을 피하기 위해 회색으로 피부색을 표현하는 기법을 활용하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초상화 공개, 과거와 현재의 인종문제 상기

W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미국의 과거와 현재의 인종문제를 상기시키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WP의 문화평론가 필립 케니콧은 “우리는 모두 2008년까지 백악관은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린 국립초상화갤러리를 거닐다보면 인종차별주의가 이 나라 건국 기록에 남아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이후 예술과 초상화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케니콧은 최근 끊임없이 만연하고 있는 인종차별로 인해 미국의 정치적 문화를 바꾸고자 했던 오바마 전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인간을 존중하고자 하는 그들의 태도는 새 정치 질서와 대조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그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은유적으로 꼬집었다.


▲ 2018년 2월 12일(현지 시각) 스미스소니언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초상화를 공개했다. /스미스소니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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