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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호 국제법·규범 강화됐지만 현실은 오히려 악화

살해와 장애·성폭력·징집·학교 공격 등 6대 폭력도 급증

2015년 3월 시리아 북부의 한 학교에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오른손을 잃은 7살 소년 칼리그(가명)가 벽돌 위에 앉아 있는 모습.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유엔이 검증한 수치를 보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25개 분쟁지역에서 숨지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 어린이가 최소 7만3023명이다. 이 수치는 2016년 한해에만 최소 1만68명에 이른다. 2005년부터 2016년 징집된 소년·소녀는 4만9640명인데, 2005년 4000여명 수준에서 2016년 773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분쟁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1만7515건, 납치는 1만4327건이 확인됐다. 학교와 병원을 겨냥한 공격은 1만5375건이다. 분쟁지역 접근과 모니터링 제약으로 인한 ‘빙산의 일각’이 이 정도다.
지난 20여년간 분쟁지역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과 국제규범은 강화됐으나, 분쟁지역 어린이 숫자는 오히려 75% 늘고 살해와 성범죄 등 6대 중대 폭력도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2016년 기준으로 전세계 어린이 6명 중 1명 꼴로 분쟁지역에 살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분쟁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다.
국제 구호개발 엔지오 세이브더칠드런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어린이)을 향한 전쟁’ 보고서를 펴냈다. 유엔 어린이와 무장 충돌에 대한 실무그룹(CAAC) 연례보고서와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의 새로운 연구 등을 분석해 1990년대 초부터 2016년까지 20년 넘게 분쟁지역 어린이 숫자와 피해 양상 등을 집대성한 자료다.
분쟁은 국가 또는 무장조직이 쌍방간 또는 민간을 대상으로 무력을 사용해 연간 25명 이상 사망자를 낸 경우를, 분쟁지역은 당해년도에 한 차례 이상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진 지역에서 반경 50㎞ 이내 지역을, 어린이는 18살 이하를 뜻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세계 어린이 인구의 총 16%에 해당하는 3억5700만명이 분쟁지역에 살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엔 2억명 수준이었으나, 75% 가량 늘어났다. 특히 이 가운데 1억6500만명은 분쟁의 영향을 고강도로 받고 있어, 학교나 의료시설 접근이 제한되고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쟁지역 어린이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 중동이다. 이 지역 전체 어린이 가운데 39%인 4200만명이 전쟁을 몸으로 겪어내고 있다. 아프리카가 21% 아시아 14% 유럽 7% 아메리카 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이 정한 6대 폭력(살해와 영구적 장애·성폭력·납치·소년병과 아동노동·학교와 병원 폭격·구호접근 차단)과 분쟁국가에서 분쟁지역에 사는 어린이 비율을 종합해 어린이에게 가장 위험 나라 순위를 매겼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가 2016년 가장 위험한 분쟁지역 1~3위였고, 예멘·나이지리아·남수단·이라크·콩고민주공화국·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순이었다.

국제사회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국제법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년병 모집을 제한하고 학교를 목표물로 한 공격을 금지하는 등 모든 전쟁 당사자들에게 어린이를 보호할 의무를 지웠다. 2007년 군대나 무장집단과 연관된 어린이에 대한 파리 원칙과 가이드라인과 2015년 안전한 학교 선언, 2017년 벤쿠버 원칙 등이 사례다.
불행하게도 분쟁지역에서 국제적인 기준은 통용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 수집에 제약이 있으나 20년 전보다 어린이들이 더욱 악랄한 공격에 노출되고 있는 분명한 경향이 나타났다고 세이브 더 칠드런은 지적했다. 예를 들면 유엔에서 확인한 살해 당하거나 불구가 된 어린이들 숫자가 2010년 이래로 300% 급증해 1만68명으로 늘었다. 인도주의적 접근이 거부된 사례도 같은 기간 1500% 급증해 1014건에 달했다. 어린이들을 자살폭탄 테러 공격에 이용하거나 학교와 병원을 직접적인 공격 목표로 한다거나 집속탄·통폭탄·사제폭발물 등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무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잔혹한 전략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분쟁의 양상이 변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현대전은 점점 더 군인을 보호하고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더구나 반군단체 난립 등 전쟁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감시가 부족한 데다, 전통적인 ‘전쟁터’가 아닌 도시 등 인구밀집 지역에서 폭발 무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어린이 피해도 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국제법과 규범 준수를, 국제사회엔 모니터링 강화와 범법자 처벌 및 어린이를 중심에 놓는 재건 노력 등을 촉구했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는 “어린이를 향한 전쟁은 가장 끔찍한 학대이며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법”이라며 “세계 지도자들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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