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현장人] ‘펜과 종이’···’드로잉의 세계’ 강주리 작가를 만나다

4


“완벽하지 않기에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 잘못된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고 그리다보면, 완벽함과 상관없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것이 좋습니다.”

강주리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증산로 소재 ‘Space55’ 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주리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자연적 생태들’과 ‘자연 속을 들여다보기’를 주제로 드로잉과 회화, 설치 등 다층적인 매체로 그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깊은 내면을 바라보는 강 작가는 비정상적인 인간화로 변이된 자연의 질서를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펜과 종이. 익숙한 듯, 가까이에 있는 듯 촘촘히 그려낸 그림에 강주리 작가만의 자연에 대한 치열한 생각이 담겨 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자연을 재해석하고, 끊임없이 연결된 생명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그 작품의 특징이다. 아울러 작품에 숨겨진 생명이 결국 세상과 연결된 고리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강 작가는 자연 생태에 대한 무분별한 인간화를 꼬집고 있다. 자연의 훼손을 당연시한 결과 급속도의 발전이 가져온 기형적 존재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간의 위치에 대하여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그와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증산로 소재 ‘Space55’ 갤러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Chaos, 타이페이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Q. 펜 드로잉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A. “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미국 대학원에서는 스튜디오 아트를 전공함으로써 회화에 국한되지 않고 설치와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다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시도 끝에 ‘나’를 표현하기 적절한 재료가 종이와 펜임을 알게 됐습니다. 붓으로 그리는 페인팅도 좋아하지만, 붓보다도 더 컨트롤이 가능할 수도 있는 펜의 매력에 오랫동안 빠지게 되었죠. 또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글을 쓰는 데 주로 사용되는 펜을 통해 그림은 보이는 것이지만 읽히기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 활동 중에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A. “작가 커리어는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2011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후로 많은 전시와 레지던시 등에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외국에 있다 보니 오히려 내가 한국인임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문화, 예술, 사회, 정치 등 이슈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고 이는 저의 발을 한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지금은 사회 초년생 마음가짐입니다. 요즘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흥미롭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Blue on Blue #27, 종이에 볼펜, 37 x 45 cm, 2014

Q. 펜이 주는 매력은?

A. “펜 중에서도 볼펜을 사용합니다. 볼펜이 주는 다양한 매력이 있습니다. 종이와 볼펜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바로 제가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펜은 지울 수 없는 도구입니다. 스케치 과정 없이 끝까지 가는 그림이죠. 간편성과 지울 수 없는 점 등으로 시작부터 신중할 수밖에 없죠. 제가 원하는 부분을 그리려 하지만 결코 그렇게 만은 되지 않아요. 그리다 보면 고치고 싶어지는 부분들이 생기지만 지울 수가 없잖아요. 그렇기에 어색할 수도 있고, 오히려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수정하고 싶은 부분에서 손을 띄고 한걸음 물러나 다른 부분의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어색했던  부분은 찾기 어렵게 되거나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바꾸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 잘못된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걸음 뒤에서 물러나 바라보고 그리다 보면, 완벽함과 상관없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이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인 것 같아요. 제 모습과 닮은 고집스러움, 그리고 균형을 잡는 법이 펜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볼펜이 주는 매력이죠.” 
 
Q. 작업의 주제는?

A. “저는 제 세대가 느끼는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저로서는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이 더 우리가 생각하는 초록·파란색이 아닌 또 다른 색으로 보입니다. 동·식물의 이미지는 과학 잡지, 인터넷이나 뉴스 등에서 차용합니다. 그렇기에 제 작업 속에서는 우리 머릿속의 이미지화된 자연이 아닌 문명화된 자연이 등장하게 됩니다.”

Festoon with Nature #8, 종이에 볼펜, 145 x 108 cm, 2016

Q.설치미술에도 관심이 크다던데?

A. “주로 드로잉을 바탕으로 활동합니다. 설치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습니다. 즉 전시 장소와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겠더라고요. 공간과의 소통에서 제게는 평면만으로는 늘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관객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저에게 설치 작업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친절한 제스처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A. “2018년은 미국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4월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창작센터 작업실 입주 후 가을에는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지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김기자의 현장人] ‘펜과 종이’···’드로잉의 세계’ 강주리 작가를 만나다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