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굴뚝 농성 노동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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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1월 9일 저녁 7시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 영하 6℃의 날씨에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8℃였다. 20분 정도 거리에 서 있으니 가만히 있어도 몸이 덜덜 떨리고 입 주위가 얼어 원하는 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열병합발전소에는 높이 75m의 굴뚝 네 개가 있다. 위를 올려다보니 굴뚝이 뿜어내는 연기가 굴뚝 밖으로 나오자마자 직각으로 꺾여 날아갔다. 그런데 세 번째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 위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머물 수 없는 곳인데 사람이 있다. 그것도 두 명이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이 굴뚝에 올라간 지 벌써 63일째(1월 13일 기준)다. 고공 농성은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고공 농성도 뉴스가 되지 않는다.

파인텍 노동자들이 굴뚝으로 올라가게 된 사연은 복잡하다. 파인텍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약 1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폴리에스터 직물 생산 업체 한국합섬은 2007년 파산했다. 2010년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플렉스는 스타케미칼로 이름을 바꾸고 2011년 공장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스타케미칼 김세권 회장은 적자 누적을 이유로 공장을 청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합섬을 헐값에 인수해 공장을 분할 매각하는 모습을 두고, 전형적인 투기 자본의 ‘먹튀’라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제명했다.



75m 위 굴뚝에 사람이 있다. 기도회가 시작하자 굴뚝 위에서 희미한 불빛을 보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 중 싸우겠다고 남은 사람은 11명이었다. 2014년 5월 26일, 이 11명을 남기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다음 날,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굴뚝으로 올라갔다. 차 지회장은 굴뚝에 올라간 지 408일 만에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스타케미칼이 아닌 파인텍이라는 새 법인이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회사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고용 승계를 약속한 파인텍은 예상치 못한 방법을 썼다. 노사 양측은 2016년 1월 안으로 협의를 이끌어 내기로 합의했지만, 회사는 4월부터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회사는 이들이 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 노동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라며 협상을 거절했다.

2017년 8월 30일, 회사는 노동자들이 일해야 할 공장에 있는 기계를 반출하고, 공장이 있던 건물에는 다른 회사를 입주시켰다. 일터가 증발해 버렸는데, 그렇다고 회사가 이들을 해고한 것도 아니다. 해고하면 부당 해고라는 이유로 법정 싸움이 될 것을 우려한 회사는 4대 보험만 지불하며 지금까지 이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에 부딪힌 노동자들은 또다시 굴뚝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노사가 합의한 고용, 노동조합 결성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1명으로 시작한 싸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5명으로 줄었다. 5명은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을 시작했다. 2명은 75m 위 굴뚝에 올라가 있고 3명이 땅에 있다. 차광호 지회장 등 노동자 3명은 열병합발전소 앞 도로에 천막을 치고 노숙 농성 중이다. 매일 굴뚝 위 동지들의 식사를 챙기는 것도 이들 몫이다.

외롭게 싸우고 있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는 개신교인들이 있다. 파인텍투쟁승리를위한개신교대책위원회(대책위)는 매주 땅에 있는 이들과 연대한다. 2018년 1월 첫째 주 화요일부터 매주 기도회를 열고 있다.

1월 9일 저녁 7시, 두 번째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가 시작하고 10분 정도는 10명 남짓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모여들더니 21명이 됐다. 추운 날씨에도 찬양하고 기도하고 설교를 듣고 성찬을 나눴다.



기도회는 찬양, 설교, 성찬 순으로 진행한다. 참석자들이 성찬을 나누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은혜

찬양을 시작한 후 굴뚝 위를 바라보니 불빛 두 개가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홍기탁·박준호 씨가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차광호 지회장은 “저 위에 있어도 아래에서 소리가 나면 희미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각종 투쟁 현장과 꽤 오래 연대해 온 사람들이다. 2013년 8월부터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힘을 모았다. 그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노동자들은 서울 혜화동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 투쟁을 이어 가는데, 회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목회자·신학생·교인들은 2013년 8월부터 중심으로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연대 방법은 규칙적인 기도회.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를 시작하고 만 2년이 조금 지난 2015년 9월, 재능교육 해고자 2명은 2822일 투쟁 끝에 회사와 최종 복직에 합의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이들은 다른 투쟁 현장에 눈을 돌렸다. 연대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갔다. 재능교육 다음에는 동양시멘트(현 삼표시멘트) 부당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했고, 이들 또한 오랜 투쟁 끝에 지난해 10월 현장으로 복귀했다.

재능교육, 동양시멘트에 이어 파인텍 노동자와 연대하는 개신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년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싸움에서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와 연대하는 이들. 재능교육 투쟁부터 함께한 이동환 목사(평화교회연구소)와 한은비 씨(감리교신학대학교)를 만나 왜 투쟁 현장에서 기도를 시작하게 됐는지, 어떤 생각으로 임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 왜 현장 기도회에 참여하게 됐는가.

이동환 / 기성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다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였다. 그때 선배 소셜미디어에서 재능교육 농성 현장 기도회가 있다는 글을 봤다. 당시 재능교육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들을 돕는 ‘불.한.당’이라는 조직을 구성해 기도회를 열었다. ‘불.한.당’은 ‘불을 지르려 한당’의 약자로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려 왔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딴 이름이다. 유명자 지부장과 2명이 함께하던 기도회였다. 처음에는 감리회 목회자와 신자들이 시작했다.



한은비 씨(가운데 빨간 점퍼)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에서 노동운동을 처음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은비 / 감신대 1학년 말, 재능교육 현장에 합류했다. 속된 말로 뭣도 잘 모를 때였다. 예수님은 아픈 사람, 약자와 함께하는 삶을 사셨다. 그를 따르는 신학생이라면 당연히 연대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도시빈민선교회에 들어갔다. 도시빈민선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감신대 동아리였는데, 내가 가입했을 때 마침 재능교육과 연대하고 있었다.

– 타인을 위해 매주 일정하게 시간을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힘든 점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이동환 / 기도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노동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다. 매주 시간을 할애해 기도회를 준비하고 꾸려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각자 자리에서 바쁘게 일하고, 업무를 보다가 일주일에 하루 저녁 시간을 뺀다. 매주 여는 정기 기도회 뿐만 아니라 사순절·대림절 등 절기 기도회를 준비할 때는 더 많은 시간을 내야 할 때도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에 매주 시간을 할애하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또 매주 똑같은 형식으로 같은 기도회를 반복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하다가도 사측에서 전혀 반응이 없으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힘이 빠진다. 열댓 명 앉아 여는 기도회가 무력한 것 같기도 하고…. 하나님이 정말 우리 기도를 들으시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기도회를 지속할 수 있는 건 ‘믿음’ 때문이었다. 처음 재능교육 투쟁에서 승리했을 때 ‘끝까지 하니까 이기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직 결정 후, 유명자 지부장과 통화에서 진짜 우리가 이긴 거 맞느냐고 몇 번을 되물었다. 그때 유 지부장이 “왜 이렇게 믿음이 없느냐”고 하더라. 그 승리 이후로 우리가 끝까지, 이길 때까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말장난 같지만 현실에서는 강력한 말이다.

또 투쟁 주체인 노동자들이 우리가 연 기도회, 우리의 존재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말씀하실 때 큰 힘이 된다. 그분들의 미소, 우리가 함께해서 힘이 된다고 하실 때, 실제 힘을 얻으시는 걸 보면서 기도회를 지속할 수 있었다. 지치고 회의감 들 때 처음 마음을 되살아나게 해 준다. 50명, 100명도 아니고 고작 10~15명 모여 기도하는 건데, 뭐가 그렇게 고맙다고…. 이 기도회로 힘을 얻고 투쟁을 이어 가시는 모습을 보는 건 우리에게도 감사한 일이다.

한은비 / 감사받으려고 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하는 것뿐인데, 이 기도회로 그분들이 위로받는 것을 볼 때 기분이 묘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듣지만,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게 감사한 일이 많다.

– 연대 방법으로 ‘기도회’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순수한 기도가 아니다”, “정치적이다”는 말로 비난하기도 하는데. 왜 기도회를 택했나.

한은비 / 기독교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 기도회라 생각했다. 웨슬리도 광산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그들과 기도회를 열면서 선교에 뛰어들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하나님의 이름으로 힘을 드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동환 /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을 때 답은 역시 기도였다. 과거 군사독재 기간 그리스도인은 억압과 고난의 현장에서 기도로 저항하지 않았나. 하나님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현장에서 우리가 하나님께 부르짖는 행위가 기도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악의적으로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가치중립적인 것처럼 말한다.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면서, 내 영혼의 구원만 찾고 사회구조의 모순에 침묵하는 사람들은 중립적인 게 아니다.



이동환 목사는 2013년 재능교육, 동양시멘트 투쟁에 이어 파인텍 기도회 현장에도 함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들의 논리라면 예수도 정치적이다. 십자가는 정치범을 처형하는 형틀이었다. 우리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인데 왜 정치적이면 안 될까. 이 땅 위에 하나님나라를 이루어 가야 한다는 건 그 사람들도 동의하지 않나. 그리스도인이 정치적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가는 게 뭐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해하는 하나님은 억울하고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시는, 편드시는 하나님이지 가치중립적인 하나님은 아니다.

– 재능교육·동양시멘트를 거쳐 이번에는 파인텍이다. 투쟁 현장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한은비 / 최대한 투쟁하시는 분들이 힘들고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가려 한다. 연대 단위가 많이 없는 곳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제일 힘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환 / 다른 개신교 단위가 연대하고 있는 곳은 피하고, 이왕이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고, 덜 알려진 현장으로 간다. 개신교계에 투쟁 현장을 알리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답 안 나오는 곳에 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노동자와 연대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은비 / 첫 연대를 재능교육에서 시작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노동’하면서 산다. 그런데 그 노동 현장이 좋은 환경에서 적절한 임금을 받는 곳만 있는 건 아니다. ‘왜 대부분의 노동 현장은 정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노동에 집중하는 것 같다.

이동환 / 처음에는 어려운 사람 돕는다는 시혜적인 마음으로 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도회 참석하면서 그들이 싸우는 이유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담당하는 교회 청년, 교인 모두가 노동자다. 교회 안에서만 지낼 때는 비정규직 문제 등 바깥세상을 전혀 몰랐다.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되면서 이것이 나, 교우, 가족,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 뒤에는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

– 올해부터 파인텍 노동자들과 연대를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쟁이다. 기독교인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은비 / 어떤 신학생들은 거리 투쟁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기도회를 열고 연대하는 일을 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길 또한 예수님이 가신 길이라는 걸 알고 함께하면 좋겠다. 꼭 파인텍 현장이 아니라도 사회적 약자와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연대하는 일이 신학생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동환 / 친구 목사들과 얘기하다 보면 투쟁 현장에서 기도회 여는 걸 너무 무섭게 생각한다. 물리적 충돌이 있거나, 몸으로 밀어붙여야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장에 와 보면 알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기도회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면 좋겠다.



땅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파인텍 노동자 세 명도 기도회에 함께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파인텍투쟁승리를위한개신교대책위원회’에는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불한당, 삼낌표, 성문밖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평화누리, 한국기독청년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옆 도로(신목동역 2번 출구에서 300m)에서 기도회를 연다. 파인텍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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