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출동때 胃 탈나지 않게” 구조견 하루 한끼 먹으며 맹훈

11


[2018 개의 해-제복견의 세계]

119인명구조 훈련견 ‘천지’(품종 말리노이스)가 무너진 건물 세트장에서 수색 훈련을 받고 있다. 대구=박경모 momo@donga.com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개띠의 해가 밝았다. 개는 고대부터 인간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다. 특히 단순한 반려견 이상의 역할을 하는 개도 있다. 사람의 눈과 코를 대신하며 평생 봉사하는, 이른바 ‘제복 입은 개(DIU·Dog In Uniform)’가 그 주인공이다. 인명구조와 검역탐지, 시각장애인 안내 등 분야에서 베테랑을 꿈꾸며 남다른 사명을 수행하는 제복 입은 개 삼총사를 만났다.

○ “질주 본능을 통제하라”…119구조견 ‘천지’

지난해 12월 27일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에 있는 국가인명구조견센터 훈련장. 목줄을 푼 황색 강아지가 “쌩” 하는 소리를 내며 전속력으로 훈련장을 가로질렀다. 천지(품종 말리노이스·2년생)의 고강도 구조견 훈련이 한창이었다. 천지는 다리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훈련사가 “천지” 하고 부르자 어느새 훈련사 쪽으로 뛰어와 왼쪽 다리 옆에 앉았다. 훈련사가 머리를 쓰다듬고 장난감 공을 입에 물려주자 천지는 신이 난 듯 꼬리를 흔들었다.

산이나 숲에서 실종자나 시신을 찾는 구조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복종이다. 목줄을 하지 않고 현장에 투입하기 때문에 훈련사의 구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통제가 되지 않으면 구조견이 산속에서 길을 잃거나 효율적인 수색을 할 수 없다.

천지는 “왼쪽!” 하는 훈련사의 구령이 떨어지자마자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훈련사가 “똑바로!”라고 말하자 몸을 틀어 다시 위치를 잡았다. 훈련을 잘 소화하던 천지는 무너진 콘크리트, 부서진 차로 만든 재난현장 세트장 앞에서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장한 모습도 잠시. “올라!”라는 구령이 떨어지자 돌 틈 사이로 발을 내디뎠다. “옳지∼” 하는 훈련사의 칭찬에 천지는 금세 꼬리를 흔들었다.

천지 같은 구조견의 고충은 하루 한 끼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든 출동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식후에 바로 출동하면 위염전(위 속의 가스가 발효돼 위가 꼬이는 증상)등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 그 대신 한 번 먹을 때 일반 개보다 2, 3배 많은 600g의 고단백 사료를 먹는다.

최권중 국가인명구조견센터장은 “구조견이 수색대원 몇백 명이 찾지 못한 실종자를 단번에 찾아낼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사람을 구하는 중요 임무를 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더 꼼꼼히 건강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 “냄새는 나에게 맡겨라”…검역탐지견 ‘동이’

검역탐지 훈련견 ‘동이’(비글)가 여행용 가방의 냄새를 맡으며 반입 금지 품목을 잡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지난해 12월 28일 인천 중구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탐지견센터에서 동이(비글·1년생)가 크고 작은 종이상자 사이를 킁킁거리며 분주히 오갔다. 상자에는 해바라기 씨와 고추장, 대추, 비누 등 다양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탐지견’ 동이의 임무는 육류나 열대과일, 씨앗 등 농축산물을 정확히 골라내는 것. 열대과일 등은 병해충이나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이날 훈련에서는 육포 냄새가 밴 상자가 목표물이었다. 각종 냄새의 ‘향연’ 속에서 사람 코로 특정 냄새를 골라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특수검역과 김홍범 교관은 “밀반입 사범들은 X선 검사를 피하려고 쿠킹 포일로 칭칭 감거나 냄새가 안 나게 밀폐 용기에 2중, 3중 포장을 한다. 기상천외한 방법이 많아 사람이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육포를 찾아 헤매던 동이는 비누 냄새가 밴 박스 앞에 멈춰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5초가량 망설이던 동이는 결심한 듯 다음 박스로 발길을 옮겼다. 고추장과 참깨를 지나쳐 마침내 육포를 찾아낸 동이가 상자를 박박 긁어댔다. 목표물을 찾았으니 간식을 달라는 신호였다.

검역탐지견은 생후 약 10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공항에 투입된다. 하루에 비행기 5편, 약 1000개의 짐을 코로 탐지해야 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검역 과정에서 적발된 금지물품의 28%는 X선 탐지를 통과한 물건을 탐지견이 잡아낸 것이었다.

김 교관은 “하루에 1000개의 짐을 포기하지 않고 탐지하려면 식탐이 강해야 한다”며 “크기가 작아 여행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식탐이 강한 비글이 탐지견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훈련에서 동이는 10분 동안 목표물 10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보상으로 주어진 간식을 먹은 동이는 배가 통통해진 채로 훈련을 마쳤다.

○ 한눈팔지 않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새맘이’

겁먹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 훈련견 ‘새맘이’(래브라도 레트리버). 장승윤기자

지난해 12월 20일 경기 성남시 수내역.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지망하는 새맘이(래브라도 레트리버·2년생)가 훈련사와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었다. 개들은 바닥이 움직이는 것을 몹시 싫어해 에스컬레이터를 태우기가 쉽지 않다. 새맘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릴 때 약간 삐끗했지만 이내 자세를 잡았다.

새맘이는 2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3차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눈을 가린 훈련사를 데리고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을 왕복하는 난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또 지하철을 타고 1개 역 구간을 이동해 역 외부까지 훈련사를 무사히 안내해야 합격증을 받는다. 훈련견 10마리가 응시하면 3마리 정도만 통과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다.

이날 새맘이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홍아름 훈련사와 보행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에서는 일단 장애물을 잘 피해야 한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방지턱이나 계단 앞에서는 잠깐 멈춰 훈련사에게 상황을 알려줘야 한다. 보행 훈련 도중 마주치는 다른 강아지들한테 눈길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홍 훈련사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보행하려면 안내견이 주변 유혹을 뿌리치고 꿋꿋하게 걸어야 한다”며 “새맘이는 다른 개들을 좋아해서 아직은 고개가 돌아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훈련 시작 10분 만에 새맘이는 보폭이 한두 걸음 빨라지더니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새맘이를 보고 ‘멍멍’ 하고 짖는 몰티즈 두 마리를 쳐다보고 말았던 것. 잠시 한눈을 팔려던 새맘이는 다행히 다시 똑바로 걸었다.

안내견이 3차 테스트를 통과하면 성격과 보행 속도가 잘 맞는 시각장애인 주인을 만나게 된다. 홍 훈련사는 “새맘이가 걷기를 유독 좋아해 보행 훈련도 즐거워한다”며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창닫기

기사를 추천 하셨습니다”불시 출동때 胃 탈나지 않게” 구조견 하루 한끼 먹으며 맹훈베스트 추천 뉴스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