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호 민원도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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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는 1월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해 수색을 실시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을 전달했던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공동대표 허경주·허영주)가 심해 수색을 실시해 사고 원인을 규명해 달라며 ‘새해 1호 민원’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가족들은 1월 2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만 국민 서명과 서한문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허영주 공동대표가 서한문을 낭독했다. “(가족들이) 희망 고문 속에서 매일을 힘겹게 이어 왔다. 칠순의 부모님은 재수색을 촉구하기 위해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던 한여름을 지나 회오리 눈바람이 몰아치는 오늘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8시간 이상 눈물로 서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반면, 정부는 지난 9개월 동안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서한문을 읽는 내내 울먹였다. 그는 “실종 선원 가족들은 남대서양 어디에선가 미 해군이 발견한 구명벌이 떠다니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부디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을 헤아려 구명벌의 실체를 밝혀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해 3월 31일 우루과이 앞바다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허 대표는 “수많은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선사 폴라리스쉬핑 대표이사는 공공연히 선원들이 황천(荒天) 항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부가 침몰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프랑스 정부는 에어프랑스 447기 추락 사고 이후 블랙박스를 회수해 이를 토대로 항공 안전을 한 단계 격상했다. 2016년, 미국 정부도 화물선 침몰 사고 이후 블랙박스를 수거해 사고 원인을 규명했다. 허 대표는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건 당연한 절차라며, 정부가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해 블랙박스를 회수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진상을 정확히 밝혀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제3의 세월호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지난해 8월 12일부터 12월 13일까지 4개월 동안 10만 1492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허영주 대표는 정부가 사고 원인을 밝혀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 제3의 세월호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족들은 선원들이 생존했다고 믿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시민계·종교계 인사가 연대 발언 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실종자를 찾고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건 기본 절차다. 피해 가족에게는 모든 수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상식적인 조치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77일이 넘도록 가족들을 만나길 기다리는 실종자 22명이 아직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승구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는 “한 나라의 국민이 실종됐고, 그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은 마땅히 정부에 구조와 진상 규명을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국민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가에 달려 있다. 정부가 가족들을 저버리거나 배제하는 일 없이, 이들의 애끓는 마음을 위로하고 실종자를 찾고 침몰 원인을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를 둘러싸고 온통 의문투성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만하면 할 만큼 했다’고 말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에 무관심하고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않은 채 원인도 모르고 사건을 덮어 버린다면, 이 같은 일이 우리 후대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 관계자를 만나 10만 국민 서명이 담긴 상자와 서한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도 서명과 서한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아래는 서한문 전문.


문재인 대통령님께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던 5월 10일, 청와대 1호 서한문을 전달했던 저희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2018년 새해 첫 서한문을 다시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저희는 희망 고문 속에서 매일을 힘겹게 이어왔습니다. 칠순의 부모님들은 실종선원에 대한 재수색을 촉구하기 위해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던 한여름을 지나 회오리 눈바람이 몰아치는 오늘까지 매일 광화문에서 8시간 이상 눈물로 서명을 받았고 이에 10만이 넘는 국민들이 호응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정부에서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9개월째 눈물 마를 날이 없는 가족들의 심경을 널리 헤아려 주시어 부디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조속히 시행해 주십시오.


1. 미 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의 실체를 밝혀 주십시오.


우루과이 MRCC(해난구조센터)의 공문에 의하면 4월 9일 미국 P-8 초계기가 구명벌(yellow-orange raft)을 발견했고, 4월 10일 오전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그 사진을 받아 가족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10일 오후, ㈜폴라리스쉬핑은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로 확인됐다’는 것이 공식 발표라면서 언론에 제보했고, 언론사들은 정부에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일제히 그 기사를 확정 보도했습니다. 선사의 의도된 언론 플레이로 인해 구명벌이 기름띠로 둔갑해 버린 것입니다.


미 해군에 의하면 P-8 초계기가 착륙한 후 ‘closer inspection’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그 ‘closer inspection’의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시켜 주십시오.


실종 선원 가족들은 남대서양 어디에선가 미 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이 떠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부디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을 헤아려 주시어 미 해군이 발견했던 구명벌의 실체를 꼭 밝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주십시오.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하여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어 제3의 세월호,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를 막아 주십시오.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추측만 난무한 상황에서 선사 ㈜폴라리스쉬핑의 대표이사는 공공연히 선원들이 황천 항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를 회수해야 합니다.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절차인데, 대한민국 정부는 선박 사고의 경우 블랙박스를 회수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선박이나 비행기 침몰 시 심해 수색 장비를 투입하여 블랙박스를 회수하고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외국에서는 당연한 절차입니다.


2009년 대서양에서 찾아낸 에어프랑스 447기의 블랙박스는 항공 안전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단초가 되었고, 2016년 미국 화물선 엘파로호의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 상황을 완벽하게 확인하고 침몰 원인을 밝혀내게끔 했습니다.


실종선원 가족들은 지난 3개월간 국회에 매일 출근을 하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 장비 임차 투입 예산 50억 원이 예결위에 상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야의원들이 합의한 이 예산안은 정부와의 최종 협상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와 똑같은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이 여전히 국내에서 27척이나 버젓이 운항 중이며, 탑승 선원 1000여 명의 안전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전 세계 유조선을 개조한 화물선 중 첫 침몰사고였던 스텔라데이지호의 사례를 거울삼아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블랙박스 회수가 필수입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더 큰 희생과 비용을 감내하는 결정은 얼핏 무모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비합리적일지 모를 결정 덕분에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의지하며 충성하게 됩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대통령님께서 만드시는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례를 세워 주십시오. 그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모범을 보여주십시오.


대통령님 취임 1호 민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 5월 1일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당선되면 스텔라데이지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달라”는 가족의 애원에 대통령님께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셨고, 저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말씀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영흥도 낚시배 사건에 대해 ‘국가 책임’을 말씀하셨을 때, 저희 가족들은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님의 굳은 의지에 감동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하의 소극적이고 무능한 대처 때문에 여태껏 피눈물 흘리고 있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도 대통령님의 가슴 안에 포용해 주십시오.


2018.01.02.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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