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책 10] 불평등·AI·포퓰리즘 … 우리는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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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와 ‘월간 출판저널’은 올 한 해 본지가 소개한 책 가운데 독자의 반향을 일으킨 책 10권을 선정해 소개한다. 세계일보 출판팀과 출판저널 편집자 등 모두 5명이 참여해 각자 5권씩을 골라낸 뒤 분석과 토론을 거쳐 최종 10권으로 압축해냈다.

박근혜와 비선권력 … 형성부터 몰락까지

비선 권력/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한울/2만9000원

올해 독자들 반향이 대단했던 책은 단연 ‘비선권력’이었다. 이른바 정윤회문건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의 특별기획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을 담은 역작이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면서 공적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태민과 최순실을 만나 정치인으로 성장해 대통령이 되고 결국 탄핵되기까지 과정을 하나의 긴 이야기로 풀어간다. 저자들은 대통령 박근혜와 그를 둘러싼 비선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으며 몰락했는지를 통사적으로 규명해낸다. 2017년 봄까지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이제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앞으로 분노와 좌절의 시간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희망을 현실로 안착시키려면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정리하고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들은 현재 국내외에서 접근 가능한 자료와 문서를 최대한 복원하고, 기록한 방대한 역사서를 완성했다.

포퓰리즘 태풍은 정치규범 고장의 신호

포퓰리즘의 세계화/존 주디스 지음/오공훈 옮김/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지난해 세계정세는 ‘포퓰리즘’의 강세가 뚜렷했다. 기득권층에 염증을 느낀 대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저자는 국민이 희망, 두려움, 관심사와 지배적인 정치규범이 서로 충돌한다고 여기는 시기에 포퓰리즘이 등장한다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의 등장은 정치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긴 경고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 역시 좌파적 성향을 지녔지만, 신자유주의적 합의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포퓰리스트들이 지적하는 방식이 극단적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문제 자체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안을 다루는 만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굶주림·질병·전쟁 극복 … 신이 되려는 인간

호모데우스/유발 하라리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2만2000원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전작 ‘사피엔스’로 이름을 알린 유발 하라리의 후속작이다. 인류의 가장 큰 과제이던 굶주림, 질병 그리고 전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무엇인가. 지구를 평정하고 신이 되려는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만들 것인가.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10만 년간 지속된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을 짚어본 역사 탐구서이다.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다. ‘데우스(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god)’을 뜻한다.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키워드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빈부 격차의 해소 … 풀 수 없는 딜레마인가

불평등의 역사/발터 샤이델 지음/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4만원

인류의 역사는 불평등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2010년 세계 최고의 부자 388명은 인류의 절반인 하위 35억명의 개인 순자산을 합친 것만큼의 자산을 소유했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은 지속됐지만, 기복은 존재했다. 불평등이 심화와 둔화를 반복한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빈부 격차의 축소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평준화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그는 미국의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말을 빌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채택할 수도 있고, 소수의 손에 막대한 부가 집중되게 할 수도 있지만, 둘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불평등 키운 자본주의, 살아남을 것인가

애프터 피케티/토마 피케티 지음/유엔제이 옮김/율리시즈/3만8000원

21세기 경제학과 사회과학의 핵심 과제인 불평등을 논한 책이다. 2014년 토마 피케티의 전작 ‘21세기 자본’이 불러일으킨 화제와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3년여 동안 이 책은 220만 부가 넘게 팔렸고 한국에서도 10만 부 가까이 팔리며 경제학 이론서로는 이례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피케티가 내놓은 r>g, 그러니까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불평등이 지속 심화된다는 논의는 21세기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경제 이론이자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버드 대학 주관 아래 폴 크루그먼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을 포함한 석학 21명이 피케티가 제시한 주요 논점을 하나씩 맡아 검증과 평가, 전망해놓은 책이다. 마지막에는 피케티의 답변과 제안이 덧붙여졌다. 자본주의는 과거 300여년 동안 인류를 빈곤과 가난에서 구원했고, 새로운 인류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답을 찾는 책이다.

만지고 느끼고 … 아날로그가 주는 즐거움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지음/박상현·이승연 옮김/어크로스/1만6800원

디지털 라이프가 현실이 된 지금, 새로운 얼굴을 한 아날로그가 다시금 유행한다. 저자는 아날로그 반격의 이유로 과거의 향수보다는 우선 ‘즐거움’을 꼽는다. 아날로그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신문을 넘길 때 손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턴테이블의 바늘이 레코드판에 닿아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의 느낌 등…. 이런 즐거움이나 경험은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들이다. 

두 번째는 이윤이다. 모두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아날로그 기술은 돋보이며 성공 가능성이 높다. LP는 여전히 디지털 음원보다 비싸다. 그러나 LP를 사는 사람들은 가격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완전히 아날로그적으로만 사는 것은 불가능하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완전히 디지털적으로만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국 보수당에 대한민국 보수의 길 묻다

정당의 생명력/박지향/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만3000원

특권층만이 정치적 권력을 누리던 시대에 만들어진 영국 보수당은 유연하면서도 일관된 원칙을 견지했다. 보수당은 비록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이 책은 보수주의 이념이 무엇인지, 보수당이 현실 정치를 하는 데 있어 채택한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본 후 보수주의의 특징이자 불가사의라고도 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를 검토한다. 책을 읽고 나면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중히 여기면서 동시에 개인의 책임과 의무, 공동체적 연대, 애국심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을 통해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를 내다본 책이다. 한국 보수는 당파적인 싸움만을 계속할 것인가. 이제는 내려놓을 때이다.

종교개혁 불붙인 인간 루터의 삶 재조명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뤼시앵 페브르 지음/김종현 옮김/이른비/2만원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다. 독일의 평범한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비롯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에 맞서 1517년 10월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의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었다. 

루터는 ‘구원’을 말했지만, 독일은 그것을 로마 교황청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들었다. 또 루터가 ‘양심의 자유’를 말했을 때, 독일인들은 외적인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로 해석했다. 그렇게 루터의 운명은 굴절됐다.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품 안에 머물고 싶어 했지만, 교회는 이단으로 내쫓았다. 독일은 ‘종교적’ 루터를 ‘사회·정치적’ 루터로 받아들인 것이다.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루터에 대한 전적인 호평이나 맹목적 비난을 경계하며 루터의 모습을 재조명한다.

‘혁명의 주역’ 트로츠키가 쓴 ‘혁명의 기록’

러시아혁명사/레온 트로츠키, 볼셰비키그룹 옮김/아고라/4만8000원

유럽의 마지막 절대왕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가를 무너뜨린 11월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레닌, 스탈린 등과 함께 혁명을 이끌었던 진짜 사회주의자 트로츠키가 쓴 ‘혁명의 기록’이다.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이자 적군을 지휘하는 군사위원장이었던 트로츠키는 혁명의 주역으로 러시아 혁명의 모든 과정과 그 법칙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한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적 성취로 여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 부의 양극화와 실업, 전쟁 등 자본주의의 폐해로 고통받고 있는 러시아는 다시금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고 있다.

1000여 쪽의 방대한 책에서 트로츠키는 혁명 시기 인물들의 모습 등을 자세히 서술했다. 여기에 더해 혁명 과정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점들을 짚어냈다. 트로츠키가 쓴 최고의 저술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의 활로 극동 시베리아서 찾다

북방에서 길을 찾다/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지음/디딤터/2만원

러시아는 중국인들의 극동 시베리아 유입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일본의 극동 시베리아 투자 요청은 반기는 분위기다. 일본의 대러 투자는 2016년 말 기준 3조원 규모에 이른다. 현재 한국의 대러 투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대러 투자국 1위는 중국이며 일본, 싱가포르 순이다. 

책은 러시아 전문가 7인이 2016년부터 6개월간 현안 분석과 토론을 거쳐 내린 결론을 담았다. 저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러시아 특히 극동 시베리아에 관심을 돌릴 때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신북방정책’의 수립을 제안한다. 꽉 막힌 한반도의 경제, 외교, 통일의 활로를 극동 시베리아 투자에서 찾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국은 지금까지 통일을 위해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으나 이는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면서 “북한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북방정책위원회’ 신설을 주장한다.

정승욱·권구성 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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