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성 일자리 대책’, 아쉬운 대목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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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 여성 일자리 대책 발표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임서정 고용정책실장(왼쪽 두번째)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여성 일자리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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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여성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하고 당선한 만큼 여성관련 정책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성평등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보이지 않고 여성 전체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라 하기도 어렵다. 그 이유를 차근히 짚어보자.

성평등 노동에 대한 철학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성평등 노동을 바라보는 철학이 부족하다. 새 정부의 국정전략은 ‘성평등과 노동존중을 통한 차별없는 공정사회 구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을 존중받아야 할 노동의 주체로 보지 않고 활용해야 할 인력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모든 정권에서 반복적으로 되풀이했던 실수다. 여성노동자는 국가가 활용하는 객체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노동하고 존중받는 시민이어야 한다. 그 관점으로 다시 시작하자.

여성의 전 생애를 포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여성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통합적 사고가 부재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경력단절 예방부터 시작한다. 여성의 임신·출산·양육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에 집중하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대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여성들은 노동시장의 성차별로 인해 모집, 채용에서부터 업무배치, 승진, 퇴직의 전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당하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인한 ‘고용단절’을 경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평등 노동의 실현을 위해서는 채용단계부터 고령여성노동자 대책까지를 포괄해야 한다.

여성비정규직 특화대책이 있어야 한다

셋째, 여성노동자들은 2017년 현재, 52.4%가 비정규직으로, 21.6%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여성들에게 특화된 비정규직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무분별하게 늘려 놓은 시간제 일자리로 인해 여성노동자 고용의 질은 급격히 악화됐다.

2016년부터 여성비정규직 평균임금은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여전히 여성에게 ‘일-가정 양립’의 책임을 지우는 성차별적인 사고일 뿐이다. 단시간 노동자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정근로시간 계약이라는 기준을 이용해 정규직을 쪼개 초단시간 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실효성을 높이는 세밀한 실행계획이 요구된다

시도는 반가우나 세밀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들도 많다. 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는 환영하나 각 지방관서별 1~2명으로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에서 없애버린 각 지청별 여성고용과를 다시 만들고 충분한 숫자의 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평등 관점의 노동행정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취약한 중소영세기업에 밀착형, 맞춤형 컨실팅 지원이나 국민연금이 운영하는 책임투자펀드 투자대상에 여성고용 우수기업 포함 등은 실질적 기준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가사서비스 시장 제도화 계획도 4대보험 지원 등의 실질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탄탄한 제도 시행이 가능하다.

유리천장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일자리 대책에는 OECD 국가 중 가장 견고한 유리천장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 이미 노르웨이 등에서 시행되어 성과를 거둔 바 있는 여성임원 할당제와 같은 강력한 대책이 없다. AA조치는 고용형태에 대한 명기가 없고, 기업에 대한 보상, 처벌 제도 부재 등 심각한 제도적 결함을 안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시정 대책 없이 대상기업 확대로만 제안하고 있다.

또한 ‘임신은 곧 해고’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출산휴가 신청절차 개선과 근로감독 강화가 필요하나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남성육아휴직 할당제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 급여 인상으로는 아무런 대책이 되지 못한다.

재택·원격근무 확산은 제도 보완 후 시행해야 한다. 특수고용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한 벌칙 조항을 강화하겠다는 정부발표가 있었으나 이번 대책에서 빠져있다. 

‘성평등 교육’부터 시작하는 정책을 환영한다

가사서비스시장 공식화, 성평등 임금 공시제, 노동위원회에 성차별 권리구제 절차 신설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기간제 노동자 출산휴가급여 보장,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대책 등은 환영하는 바이다.

특히 성평등 교육으로부터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반갑기 그지없다. 성평등 노동 실현은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집행력, 사회 구성원의 변화가 필수 조건이다. 정책은 내 삶을 바꾸는 확실한 체감이 뒤따라야 한다.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2차 성평등 노동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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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배진경씨는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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