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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북한 어선 난파 현장 사도섬

예년 평균 4~5건인데 올해는 15건 이상 급증

북한 당국 무리한 조업 압박 원인 추정

지역 어민 “눈에 보이는 곳이나 나갈 수준의 배”

북한 어민 주검은 반환 안돼 화장 뒤 무연고묘로

일, 홋카이도 표류 북 어민들 절도 혐의로 체포

7일 일본 해상보안서가 끌고온 북한 어선 추정 목선.

7일 오전 10시20분께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료쓰항에 일본 해상보안서 소속 선박이 북한 목조선 한척을 줄에 묶어 끌고들어오고 있었다. 항구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목선은 관광지 나룻배 정도로 보일 정도로 낡고 초라했다. 크기도 취미용 낚싯배보다 조금 커보이는 수준이었다. 이 배로 먼 바다에서 조업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길이 12m 정도의 목선은 이날 오전 6시 반 섬 중부 와키에서 지역 어민의 그물망에 엉킨 채로 발견됐다. 목선 앞부분에는 붉은 글씨로 한글이 적혀 있었다. 맨 윗부분에는 ‘8,9월은 배 사고 방지 월간이다’라고 써있었다. 그 아래에 ‘조선인민군 제×××군부대, 배번호 594-56843, 관리자 조천일’이라고 적힌 부분도 뚜렷이 보였다. 북한군 산하 수산단체에 소속돼 고기잡이를 한 배로 추정할 수 있었다. 해양보안서가 선내를 수색한 결과, 오징어잡이용으로 보이는 낚싯줄과 구명조끼, 그물, 엔진,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새겨진 배지, 사람의 신체 일부 등이 발견됐다.
배를 지켜보던 이 지역 어민 이치하시 세이이치(70)는 “이런 배로는 3m 이상 파도를 넘기 어렵고 육지에서 5마일(약 8㎞) 이상 가기 어려워 보인다”며 “북한에서 어획량 압박을 세게 넣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일본 해상보안서가 끌고 온 북한 목선에 한글로 ‘기관명’을 ‘조선인민군’이라고 적은 게 보인다.

7일 일본 해상보안서가 끌고 온 북한 목선에 한글로 ‘기관명’을 ‘조선인민군’이라고 적은 게 보인다.

사도에는 7일 하루에만 북한에서 출항한 것으로 보이는 배 5척이 발견됐다. 올해 전체로는 9일까지 목조선과 파편 발견만 17건, 주검은 5구가 나왔다. 사도시 방재담당 과장인 이토 오사무는 “해마다 북한 것으로 보이는 배가 4~5척씩 발견되고 간혹 주검도 나왔다”며 “하지만 올겨울처럼 이렇게 집중적으로 북한 배가 발견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료쓰항에서 다시 차로 1시간을 걸려서 도착한 남부 엣쓰미에는 북한 선박 추정 목선이 전복된 채로 해안에 떠밀려와 있었다.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배는 해상보안서 소속 배가 줄로 묶어서 끌고 올 수 있지만, 전복된 채 해안에 박힌 배는 끌고 올 수 없다. 기계도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사람이 접근해서 배를 해체한 뒤 가져와야 한다. 북한 목선은 경찰과 해안보안서 조사 뒤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된다.

엣쓰미에서 전복된 목선 주변에서는 북한 선원으로 보이는 주검 2구도 발견됐다. 해안가에는 배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어구도 발견됐다. 북한 선원으로 보이는 주검을 직접 목격했다는 이토는 “백골화 상태가 진행돼 뼈가 드러나 있었고 주검 전체가 새하얗게 변색돼서 마치 비누나 양초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은 북한 선원 주검을 2012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를 통해 돌려 보낸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주검 반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검 신원 특정이 어렵고, 국교가 없어서 교섭 대상도 분명하지 않으며, 북한도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도섬의 경우에는 북한 선원 주검을 화장한 뒤 무연고 유골을 관리하는 절에서 몇년간 보관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사도시에서 운영하는 무연고묘로 보낸다고 했다.
전복 어선을 경찰에 신고한 엣쓰미 지역 어민 다나카 야스오(73)는 “이번에 전복된 배는 내가 보기에는 해안에서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 갈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여름이라도 힘들지만 풍랑이 심한 겨울에 저런 배로 조업하는 것은 정말 무리다. 북한에서 식량이 부족해서 그런다는 언론 보도를 듣고는 있지만 우리 쪽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든 해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나카는 “10년 전에도 북한 선원 주검 5~6구가 이곳에 발견된 적이 있다. 주검이 부패하는 냄새가 나서 근처에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섬 남부 엣쓰미에 뒤집힌 채 있는 북한 어선 추정 목선. 지난 2일 발견된 이 배 주변에서는 주검 2구가 나왔다. 배가 뒤집힌 채로 있기 때문에 안에 주검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일 오후 섬 남부 엣쓰미에 뒤집힌 채 있는 북한 어선 추정 목선. 지난 2일 발견된 이 배 주변에서는 주검 2구가 나왔다. 배가 뒤집힌 채로 있기 때문에 안에 주검이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에서 니가타까지 신칸센을 타고 2시간, 그리고 니가타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2시간 반을 가서 도착한 사도는 일본열도 서쪽으로 돌출해 우리 동해를 향하고 있는 섬이다. 제주도 절반 정도 크기인 이 섬은 헤이안시대인 8세기부터 일본 중앙정치의 권력 싸움에서 패배한 귀족들의 유배지이기도 했다.
북한 목선은 예년에도 북서풍을 타고 일본 서해안에 표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계가 존재하는 2013년부터 보면, 북한 어선 추정 목선이 해마다 40~80건 정도 일본 해안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올해는 11월에만 같은 기간 역대 최다인 28건이 발견됐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올해 전체로 따지면 8일까지 78건이 발견돼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다를 뛰어넘을 것으로 본다. 북한 선원으로 보이는 주검도 올해 최소 60구 이상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해안에서 발견되는 북한 목선이 급증한 것은 북한 당국이 어획량 확대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인민 생활 향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연안어업권을 중국에 판매한 뒤 북한 어선들이 일본과 가까운 먼바다에서 조업하는 점도 이유로 제시된다. 특히 오징어 황금 어장인 대화퇴어장에서 조업하던 북한 배들이 조난 사고를 당한 뒤 일본까지 떠밀려오고 있다는 추정이 많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대화퇴어장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다며, 이 어장에 북한 선박을 물대포 등을 이용해 퇴거시키고 있다. 사도에서 올해 발견된 북한 추정 배들 중에서 어구가 발견된 경우는 모두 오징어잡이용 어구가 나왔다.
북한 당국이 바람이 강하고 5m 이상 높은 파도가 치는 경우도 많아 위험한 겨울철 조업을 독려하고 있는 점도 표류 선박 급증의 원인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은 지난달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겨울철 물고기잡이는 연간 수산물 생산에서 관건적인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전투”라고 했다.
북한군이 어획량을 할당해 내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HK) 방송은 지난달 홋카이도 주변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목선 선원들 중 일부가 일본 해상보안본부 조사에서 “인민군이 만든 수산단체 소속으로 어획 책임량을 할당받아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8일 전했다. 홋카이도에서 발견된 배에는 사도에서 표류했던 배처럼 배에 북한군 소속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료쓰항에 있는 또다른 북한 어선 추정 목선. 1일에 발견된 이 배는 길이가 8m정도 소형으로 폭도 더 좁다.

료쓰항에 있는 또다른 북한 어선 추정 목선. 1일에 발견된 이 배는 길이가 8m정도 소형으로 폭도 더 좁다.

사도 주민들은 북한 목선 표류 소식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불쾌함과 불안감을 감추지는 못한다. 온천 호텔에서 근무하는 한 중년 남성은 “이곳은 소가 히토미가 북한에 납치된 곳이다. 게잡이 어선들이 북한 배를 지금도 간혹 목격하는 곳이다. 아직 별달리 조심하는 것은 없지만 불안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소가 히토미와 미요시 모녀는 1978년 사도에서 장을 보다가 납치됐다.
료쓰항에서 만난 이치하시는 항구 한편에서 보관중인 또다른 북한 목선 추정 배가 수상쩍다고 말했다. 료쓰항에는 지난 1일 해상보안서가 끌고운 길이 8m 정도 작은 배도 정박돼있다. 그는 “건너편 저 작은 배는 폭도 좁고 해서 보통은 고기잡이용이 아니라 연안에서 소라나 따는 용도”며 “과거에 저런 작고 날렵한 배가 공작선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도시는 북한 목선 발견이 잇따르자 주민들에게 안내문을 나눠주거나 일부 가정에 보급된 긴급통신용 라디오를 통해서 목선 발견 위치를 알리고 “근처에 가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7일 오후 사도에는 구름이 끼었다. 이토 과장은 “내일부터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 북서풍이 분다는 이야기인데 목조선이 계속 발견될 것 같다”고 무겁게 말했다. 8일 사도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주검 1구, 9일에도 1구, 목조선 1척이 발견됐다.
한편 9일 홋카이도에서는 북한 선장과 선원 3명이 무인도 비상대피 시설에 있던 발전기 엔진 등을 훔친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3명을 포함한 10명은 지난달 29일 홋카이도 남부 마쓰마에 앞바다에서 목선에 탄 채 표류하다가 일본 경찰에 구조됐으나, 이후 지역 어민들의 대피시설에서 밥솥 등을 훔쳤다는 의혹이 일었다. 절도 사건은 북한 목선에 대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8일 표류한 북한 선원들이 “공작원일 가능성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가타현 사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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